Friday, July 4 2025

올해로 독일 편입 60주년을 맞은 자를란트 주의 주의회 선거

독일 연방공화국을 구성하는 16개 주 중에는 한국인에게 다소 생소한 자를란트 주가 있습니다. 자르브뤼켄이 주도인 곳으로 우리에게 다소 익숙한 뮌헨이 주도인 바이에른 주, 뒤셀도르프가 주도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드레스덴이 주도인 작센 주 보다는 다소 낯설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인데요. 16개 주 중에 시 자체가 주이기도 한 베를린, 함부르크, 브레멘 3개 도시 주 외의 13개 주 중에 가장 작은 면적을 가지고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놓여 있는 탓에 멀리는 중세부터 가까이는 근현대사까지 양국간에 분쟁의 소용돌이가 불 때마다 주권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는데요. 일례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부터 독일로 부터 떨어져 나가 자치권을 갖게 되었다가 1935년 국민투표로 독일로 다시 편입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는 또 다시 독일로 부터 분리되어 1947년부터 프랑스 보호령으로 있다 1955년 국민투표에서 프랑스 통합을 반대해 1956년 프랑스와 독일의 협정이 체결되어 1957년 1월 1일부터 독일에 먼저 편입되고, 1959년부터 프랑스 프랑 대신 독일 마르크를 쓰며 경제적으로도 독일 편입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올해 1월 1일은 자를란트가 독일에 가장 늦게 편입된 주로서 독일 편입 60주년 기념일을 맞기도 했습니다.

자를란트 주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처럼 광업이 융성했던 곳이었지만, 주산업이 쇠퇴하고 디지털 기술혁신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이 곳에서 3월 마지막 일요일인 어제, 주의회 선거가 있었습니다.

독일에서 주의회 선거는 16개 주 중 브레멘만 4년에 한번씩 치르고, 나머지 15개 주는 모두 5년에 한번씩 치르고 있는데요. 4년에 한번씩 치르는 연방하원 선거와 함께 그 시기를 모두 분산시켜 놓았습니다. 한번 선출되고 나면 다음 선거 때까지 4년간 견제없이 무한 질주를 허용하기 보다 일정 달 마다 주의회 선거를 통해 민의가 반영되어 연방의회를 견제하도록 해 두었습니다. 집권당이던 기독민주당이 강하게 밀고 나가던 핵에너지 정책이 후쿠시마 핵사고 직후 원전폐기 선언을 하게 된 배경에도 주의회 선거가 큰 영향을 미친 결과이기도 합니다. (독일 이야기 이전 글: https://dogilstory0.blogspot.com/2017/02/blog-post_930.html)

주마다 지지하는 정당들이 다른 특징이 있긴 하지만, 자를란트 주는 독일 편입 이후부터 전통적으로 현재 메르켈 총리가 당대표로 있는 기독민주당(CDU)을 가장 많이 지지해 오다 통일 전후 20년간은 현재 마르틴 슐츠 당대표의 사회민주당(SPD)을 가장 많이 지지해 왔고, 1999년 이후부터는 사회민주당 대신 다시 기독민주당(CDU)을 가장 많이 지지해 오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기독민주당을 가장 많이 지지하고 있는 곳이긴 하지만, 올해 5월 7일의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와 5월 14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주의회선거와 9월 24일 독일 연방의회 선거를 앞둔 첫 선거라는 점에서 관심을 많이 끌었습니다. 특히 4년마다 치르는 독일 연방 의회 선거가 4선에 도전하는 메르켈 총리와 이에 맞서는 사회민주당의 새 당수이자 아겐다 2010의 오류를 인정하고 스스로 바로잡겠다고 선언한 마르틴 슐츠로 인해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어 슐츠 효과가 선거결과에 어떻게 반영될 지 가장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선거가 끝난 직후 예측 결과가 발표되었는데요. 그 결과에 따르면 '슐츠 효과'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고, 자를란트 주에서 전통적인 강세를 보여 온 기독민주당(CDU)이 40.7% 득표로 이전 선거때의 35.2% 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으며 제1당이 되었고, 사회민주당(SPD)은 슐츠 효과없이 29.6% 득표로 30.6%의 지난 지지율보다 더 적은 지지로 제2당이 되었습니다. 통일 이후 지지율이 적어 주의회에 진출하지 못하다 2009년 21.3% 득표로 파란을 일으키며 처음 원내 진출한 좌파당(Die Linke)은 지난 선거때 16.1%에 이어 12.9%로 지지율이 또 하락하긴 했지만 제3당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창당 이후 처음 자를란트 주의회선거를 치른 포퓰리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6.2%로 제4당이 되며 주의회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반면에, 지난 선거때 7.4% 득표로 창당 이후 첫 의회 진출에 성공한 해적당(Piraten)은 0.7% 득표로 존재감이 사라져 버렸고, 5%대를 기록하며 5% 제한을 어렵게 넘기며 자를란트 주의회에 자리를 지켜온 녹생당은 4.0% 득표로 주의회 진출에 실패했고, 지난 선거때 1.2% 득표로 존재감이 없었던 자유민주당(FDP)는 3.3% 득표로 2.1% 지지율이 상승하긴 했지만  5% 제한을 넘기지 못하고 주의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 출처: 타게스샤우)

독일의 낯선 주의 낯선 정치 상황까지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이번 선거는 올해 9월의 연방의회 선거전까지 계획된 3번의 주의회 선거 중 첫 선거여서 올 9월 연방 의회 선거에 미칠 '슐츠 효과'가 과연 어느 정도일 지 관심이 집중된 선거였습니다. 결과는, 전통적인 기독민주당 지지 기반의 자를란트 주에서는 슐츠 효과가 발휘되지 않았음을 확인한 데 의의가 있는 듯 합니다.

지난 선거에서 30.8%(CDU), 30.4%(SPD) 득표로 동수의 의석을 차지했던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 5월 7일 주의회 선거와 지난 선거에서 39.1%(SPD), 26.3%(CDU)의 득표로 메르켈총리의 기독민주당(CDU)보다 사회민주당(SPD)을 더 지지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5월 14일 주의회 선거에 어떤 결과가 나올 지, 과연 슐츠 효과가 현실화될 지, 9월 24일의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치르는 2번의 주의회 선거 결과를 주목하게 되는데요.

슐츠 효과와 함께 기독민주당과 사회민주당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정책으로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그간 포퓰리즘 극우정당에만 쏠렸던 많은 관심이 주춤해진 듯 느끼곤 하는데요. 좋은 라이벌끼리 연방의회 선거 전까지 펼칠 멋진 정책대결과 선거 분위기도 앞으로 기회되는 대로 계속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윗쪽 소셜미디어 이름을 클릭하면 구독/팔로잉이 가능합니다.

댓글 없음:

Powered by Blogger.